입사동기씨는 봄이되면 사무실에서 식물을 키워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쯤 되면 고것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서 화분정리에 들어가곤 한다. 그래도 작년까진 화분 한두개 정도였는데, 올해부턴 잘 안죽을것 같아 보이는 선인장 종류로 품목을 전환하더니만 조그만 화분을 무진장 증가시켜서 주변에 분양까지 하기 시작하더라. 분양이라는게, 사실 같은 사무실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거나 다름 없어서, 사무실을 유심히 살펴보면 파티션 안쪽으로 화분이 정말 그득하다. 그나마 작은 사이즈의 선인장이거나 다이소표 천원짜리 화분들이라 크지는 않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나에게도 한두개 들이닥칠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식물엔 관심없다', '기왕 키울거면 먹을수 있는걸로 키우면 안돼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모면하곤 했다.
그런데 때는 오늘 아침. 입사동기씨, 출근하자마자 내 옆자리에 다음과 같은걸 턱- 하니 내려놓더라.

...정말 키워 먹을 수 있는걸로(딸기랑 토마토) 사가지고 왔어;;;;;;; (으악으악)
(아니, 정말 그쪽 동네에 토마토 모종이 천원에 네개란 소릴 나에게 하길래 '...천원 드려요?'라고 물어본 적은 있다. 딸기는 절대 입밖으로 얘길 꺼내본 적도 없는뎅;;;;;)
하여간 결론은, 졸지에 점심시간에 토마토 모종 4개랑 딸기 모종 2개를 심고 있었다는 이야기. 토마토랑 딸기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들이 나중에 얼마나 실하게 자라는지 잘 알텐데, 사온 분이 경험이 정말 없구나 싶었던게, 처음에 모종이 실려온 상태의 저 화분에 저걸 다 심겠다는 엄한 얘길 하시더라.;;; 결국 화분에 심겠다는 사람을 말려서, 사무실 뒷쪽의 방치된 화단으로 들고 나가 심었다. 그것도 조그만 꽃삽조차 구할 데 없어서 스뎅~ 숟가락(<-아마도 출처는 중국집 배달;;)을 오른손에 쥐고 쭈그려 앉아 열심히 땅을 파고 있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정말 몸개그가 따로 없다.(사실, 사진 찍혔다. 정말 간만에 제대로된 굴욕사진을 보았다는.;;;)

아~, 혹시 잡초뽑는 철이 되면 사람들이 잡초로 잘못알고 뽑아버리는게 아닐까~ 이놈들 이름표(토마도 1호, 2호, 3호, 4호 + 책임자 ***, 건들면 주거~)라도 달아놔야 하나, 하지만 얘들아, 땅 넓고 햇빛도 들어오는데 심어주었으니까 알아서 잘 크도록 해, 난 물 제때 못챙겨 준다, 설마 거름이라도 챙겨 줄 리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토마토 한개정돈 나에게 먹여주지 않으련. 딸기야, 넌 철이 지났기 때문에 아예 기대도 안하고 있단다. 대신 내년쯤엔 주변을 딸기밭으로 만들어주지 않으련.;;;;
2008.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