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백만년만에 전해들은 학부 동창 A양의 근황. 이친구는 비서로 취직했는데, (중간에 이직도 했었지만 전직장이나 현 직장이나 포지션은 꾸준히 비서임) 비서생활 수년차에 옷장안에서 캐주얼이 전멸했다더라. 심지어는, 얼마전엔 집에서 키우는 개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려고 옷장을 열어보니, 옷장 안엔 그저 정장정장정장정장.. 외엔 아무것도 안보이더라고.
결국 H라인 정장 스커트를 입고 개 목줄을 잡았다고 한다.
(치마만 정장이리.. 설마 거기에 운동화를 신었겠나. 아부지 잠바(!!)를 입었겠나. 결국 적어도 세미정장에 화장까지 하고 개 산책시켰단 소리다. 옷을 사도 주말 이틀보단 주중5일동안 입을 옷을 우선하는게 직장인팔자, 대개 그렇지 아니한가.)
b. 시점을 지난 노동주간으로 돌려보자. 빨래를 안해서 입을게 없어~ 하고 노래를 부르던 끝에, 이젠 정장입고 사다리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옷장을 열고 뒤집어 엎어보니(즉슨, 그와중에 나름 딴짓거리랍시고 오밤중에 하던 짓이 옷장 뒤집기;;), 가을겨울정장이란게 7년전 사둔 바지정장하나랑, 3년전 사둔 치마정장이 다더라. 둘 다 위아래 따로는 몇번 입어도 한벌로 갖춰입은적은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처지라, 요즘엔 정장을 입으면 정말 남의옷 빌려입는것 같다;;
... 옷입는거 가지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는 직장에 다니다보니 이런 결과가.핫핫. (남자옷차림에 대해선 매우 보수적인데, 여자 옷차림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곳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자직원에 대해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없는 곳이다. 아마 미니스커트나 망사스타킹, 핫팬츠를 입고 다녀도 문제가 생기진 않을거 같다. 정말로.) 사실 점잖게 갖춰입고 앉아있는 순간보다도 작업복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순간이 더 많긴 하지.;; 하여간 덕분에 돈 쓰기 참 아까운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정장 구입할 때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몇번 안입을거 뻔하니까.;;;
하지만 또 그거랑은 별개로 연차도 있고 외부 관련업체쪽 사람들을 만날 일도 생기고 하니, 피차 불편할까봐-보는 사람도, 험한 꼬라지로 앞에 있는 나도 그때는 좀 민망한줄은 안다- 자진해서 좀 신경을 쓸까하는 생각도 하긴 한다만은 그게 의도만큼 되는건가,.;; 챙겨입어봤자 하루.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워낙 안입어버릇하니 정장같은걸 챙겨입어도 지 옷 아닌 포스가 폴폴 풍겨나온다. (일명 옷은 이쁜데 실은 남의 옷이라는게 딱 티나는 분위기. 있는거 가지고 정장스럽게까지는 입어도, 완전 정장은 정말 아니심;;) 그리고 다시 작업복스런 캐주얼로 바로 돌아가버리는걸. 몸이 완전 편한데 적응해서;;
c. 이쁘긴 한데 남의옷 같은 포스를 가장 심하게 내는 브랜드가 백화점에서는 Michaa와 Time. 안어울리고 비싸기도 하거니와, 바지는 너무 길어서 잘라내는게 절반;; (난 키도 작단 말이다;;) 잘라내는게 아까워서라도 이쪽에선 구입 못한다. 그나마 SJ나 System이 내 기럭지에 그럭저럭 맞는 편임(치마나 원피스 한정). KUHO는 잘 고르면 정말 괜찮음. 잘못 고르면 푸대자루 뒤집어쓴듯한 꼬라지를 연출해낸다. 바지는.. 키작고 다리는 짧은데 허벅지는 굵은 체형이라, 정말 험하게 긴 옷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다 입어보고 개중 맞는 걸로 골라내야 한다. 그런 식으로 간신히 하나 정장바지라도 건지면 정말 헤질때까지 입어제끼고. 그러고보니 지난 가을엔 유니클로에서 검정 스키니진을 하나 샀는데, 세상에 25사이즈가 들어가더라. (소심해서 26으로 구입하긴 했지만.) 다른 모 브랜드에서 28이 안들어갔던 굴욕이 얼마 지나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면 참 청바지 사이즈들도 중구난방이다. 그래도 청바지는 브랜드를 불문하고 구입할땐 과감해진다. 일년의 반은 원피스, 반은 청바지로 지내고, 최소한 정장처럼 구색갖춘후 옷장에서 썩히는 옷은 아니니까. 기왕이면 허벅지때문에라도 non-stretch, 일명 면100% 데님이 좋은데 요즘엔 소위 스판 안들어간 청바지가 거의 안나온다. 요거 하나는 매우 유감이다.
d. 정장타령하다보니 생각났것 하나. 정장같은걸 단정하게 입을때, 화려한 스타킹을 신는것도 확실히 포인트(+기분전환)가 되는데. 지금 회사의 비서아가씨가 정장에 무늬화려 스타킹 컨셉으로 하고다닌다. 그 아가씨를 볼때마다 나도 학생때는 망사스타킹에 로고스타킹 등등을 과감하게 신고 다녔던게 생각난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하고 다니던 학생들은 거의 여학교 아가씨들이더라. 졸업한 다음에 다른 구역(!!)에서 섞여 지내면서보니, 그게 나름 티나는 스타일이더라는. 하여간 그때는 그런줄 몰랐다.) 그리고 요즘들어선 스키니나 아예 민무늬 타이즈, 혹은 빤짝이정도나 들어간 검정스타킹만 신고 다니느라 나의 로고&망사 스타킹들이 고스란히 서랍에서 썩어나고 있다. 저거 언제 다시 써먹나...
(그래도 요즘 유행이 좋은점은 스타킹값이 별로 안든다는점 하나다. 무늬와 로고스타킹의 세계에 한번 몰입하면, 스타킹 하나에 몇만원씩 가뿐하게 나간다;;)
e. 백만년만의 소식에 의해 촉발된 잡담은 일단 여기서 줄이고.
기왕의 캐주얼, 평상시 지향하는 바는 일단 다음과 같은 스타일이다. (기럭지 문제는 일단 논외로.)

2007.11.




